"또래보다 말이 느려요", "발음이 부정확하고, 단어가 잘 안 나와요." 많은 부모가 이런 걱정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특히 만 3~8세는 언어가 급격히 발달하는 시기라 조금만 늦어도 불안해집니다. 하지만 아이가 말을 늦게 하는 이유는 단순히 언어 자극이 부족해서만은 아닙니다. 혀와 입, 치열과 호흡 구조 등 구강의 발달 상태가 언어표현과 발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오늘은 말이 늦는 아이를 바라볼 때 놓치기 쉬운 구강 요인과 치과·언어 치료 협진이 왜 중요한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말이 늦는 이유, 단순히 언어 자극 부족 때문일까?
부모는 흔히 "말을 잘 안 해서 그런가?", "책을 더 읽어줘야 하나?" 하고 생각하지만, 아이의 말이 늦는 이유는 훨씬 복합적입니다. 말하기는 단순한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듣기·호흡·근육 조절이 함께 작동해야 가능한 복합 발달 과정입니다. 이 중에서도 혀와 입 주변의 근육, 턱의 움직임은 발음의 정확도를 결정하는 핵심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혀가 충분히 올라가지 못하면 'ㄹ'이나 'ㅅ', 'ㅈ', 'ㅊ'같은 발음을 내기 어렵고, 입술 근육이 약하면 'ㅂ'과 'ㅍ'소리가 새거나 흐릿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혀 짧음증(설소대가 짧은 경우)처럼 구조적 제한이 있는 경우, 아무리 언어 자극을 늘려도 발음이 명확해지기 어렵습니다. 또한 입을 자주 벌리고 호흡하는 아이(구호흡)는 혀의 위치가 낮아지고, 입안이 마르며, 결국 발음을 조절하는 근육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합니다. 이럴 땐 단순히 발음 연습만 시키기보다, 비염이나 코막힘 같은 원인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게다가 반복되는 중이염이나 잦은 귀 염증도 언어 발달에 영향을 줍니다. 소리를 왜곡되게 듣거나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면, 정확한 발음을 따라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어 발달 문제를 살필 때는 청력 검사도 중요합니다. 결국, 말이 늦다고 해서 모두 언어 자극 부족은 아닙니다. 구강 구조나 호흡 습관, 청력 문제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진짜 원인을 이해하는 첫걸음입니다. 부모가 아이의 입 모양, 호흡 방식, 발음 패턴을 조금만 관찰해도 조기 진단과 도움의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구강 구조와 혀 움직임, 발음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아이의 혀는 언어를 만들어내는 근육의 중심입니다. 혀가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면 발음을 정확히 내기 위한 공기 흐름과 입 모양 조절이 어려워집니다. 특히 설소대가 짧아 혀끝이 위로 잘 올라가지 않으면 '라', '사', '자', '치' 같은 발음에서 소리가 뭉개지거나 혀가 앞니 사이로 빠져나오는 혀 내밀기 발음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치과에서 간단한 검진으로 혀 밑 막의 길이와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짧은 시술로 교정하고, 언어치료와 병행하면 훨씬 빠른 회복이 가능합니다. 또한 치열이 고르지 않거나 앞니가 벌어진 아이의 경우, 공기가 새면서 'ㅂ', 'ㅍ', 'ㅅ' 같은 소리가 약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입술을 오므리는 힘이 부족한 경우에도 발음이 약하게 느껴집니다. 호흡 습관 역시 중요합니다. 입을 벌리고 자거나 코막힘이 잦은 아이는 입속이 건조해지고 혀의 위치가 낮아집니다. 혀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입천장이 좁아지고, 결국 발음이 답답하게 들리거나 소리가 코로 새는 현상이 생깁니다. 이런 경우에는 코 건강을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치과·언어치료 협진은 이런 원인을 동시에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치과에서는 구조적인 부분(설소대, 치열, 턱 성장, 구호흡)을 평가하고, 언어치료사는 발음과 근육 조절, 호흡 리듬을 훈련합니다. 이 두 접근이 함께 이루어지면, 단순한 발음 교정을 넘어 입·혀·호흡의 전체 균형을 맞추는 근본적인 개선이 가능합니다. 말이 단지 늦은 것이 아니라, 아이의 몸이 조금 더 성장할 시간을 필요로 하는 과정일 수도 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말놀이와 구강 자극법
말이 늦다고 해서 바로 치료만 떠올리기보다, 집에서도 부모가 아이의 입과 혀 근육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첫째, 놀이형 구강 자극 활동을 꾸준히 해보세요. 풍선 불기, 빨대 불기, 비눗방울 놀이, 종이컵 불기, 입으로 종이 조각 옮기기 등은 자연스럽게 혀와 입술 근육을 단련시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는 입 주위 감각을 익히고, 발음을 조절하는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둘째, 대화 습관을 바꿔보세요. 아이가 한마디를 하면"그래서?", "그다음엔?"같은 확장 질문으로 대화를 이어가면, 자연스럽게 문장이 길어지고 어휘가 늘어납니다. "틀렸어", "그건 아니야"같은 지적형 표현보다는 "그렇게 말했구나", "다시 한번 말해줄래?"처럼 기다려주는 태도가 훨씬 중요합니다. 셋째, 정기적인 전문 검진을 놓치지 마세요. 6개월~1년에 한 번은 치과에서 구강 구조와 턱 발달을, 언어치료사에게는 발음·호흡 패턴을 점검받으면 좋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면 간단한 훈련만으로도 발음 개선 속도가 훨씬 빨라집니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마음이 가장 큰 치료제입니다. 말이 느린 아이는 조급함보다 이해가 필요합니다. "괜찮아, 천천히 말해도 돼." 이 한마디가 아이의 자신감을 회복시킵니다. 말을 배우는 시간은 곧 부모와 아이가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 따뜻한 시간을 함께 쌓아가 주세요.
말이 늦는 것은 단순히 '느린 성장'이 아니라, 아이의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일 수 있습니다. 혀의 움직임, 호흡 습관, 치열, 귀 건강 등 구강 구조 전반을 함께 살펴보면 원인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치과와 언어치료의 협진은 아이의 말과 턱 발달을 동시에 도와주는 가장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조급해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조금 늦어도 괜찮습니다. 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꾸준한 대화가 아이의 언어를 여는 가장 든든한 열쇠가 되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