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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물집이 생겼어요 - 우리 아이 수족구염 첫 경험기

by 케이맘K 2025. 7. 21.

처음에는 그냥 열이 나는 감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밥도 안 먹고, 입 안에 손으로 가리키며 아파 울기 시작했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틀 뒤, 손과 발에 물집이 하나둘 씩 생기더니 병원에서 '수족구염'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 겪는 병이라 막막하고 두려웠지만, 아이와 함께 그 시간을 지내오며 얻은 소중한 배움도 많았습니다. 수족구염의 증상, 병원에서 들은 이야기, 그리고 집에서 해준 케어법까지, 저희 아이의 수족구염 극복기를 공유해 보려 합니다.

사진출처: Unsplash / Chelsey Faucher 유아 손

감기인 줄 알았어요 - 이상했던 첫날의 증상들

아이의 상태는 어느 날 갑자기 나빠졌습니다. 아침에는 멀쩡했는데, 오후부터 미열이 오르고 입맛이 확 줄더니, 저녁 무렵에는 전혀 밥을 먹지 않으려 했습니다. 평소 편식을 해도 이유식을 조금은 먹고 했는데, 이날은 숟가락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열이 나서 그런가 싶어 해열제를 먹이고 재웠지만, 밤새 잠을 자다 깨며 울다가 잠들곤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입 안을 살펴보니 잇몸과 혀 아래쪽에 하얀 궤양 같은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목젖부위는 빨간 점들이 보였습니다. 아이는 물조차 먹기 힘들어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손가락 끝, 발바닥에 작은 수포가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열은 38도 정도에서 계속 유지되었고, 식사도 못 하고 기운이 빠져 보여 결국 병원을 찾았습니다. 단순감기라 하기에 몸에 증상이 하나둘씩 보여 다른 바이러스라 생각했습니다. 진료 후 '수족구병'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듣고 조금은 당황했었습니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원인을 몰랐던 지난 하루가 너무 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전날까지도 손을 잘 씻고, 어린이집에서도 잘 놀았던 아이라서 수족구병에 거릴 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이런 질병이 갑작스럽게 이렇게 전조 없이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옮기기까지 한다는 병이라니 너무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입도 못 벌려요 - 병원 진단과 수족구의 실체

입안에 생긴 궤양, 손발에 올라오는 수포, 그리고 먹지 못하고 열이 나는 모습이 전형적인 수족구 증상이었습니다. 바이러스성 질환이라 항생제는 소용이 없고, 통증 조절과 수분섭취가 치료의 핵심이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저는 수족구가 이렇게 아이를 힘들게 할 줄 몰랐습니다. 특히 입 안의 궤양이 생각보다 고통스럽다고 해서, 아이가 울면서, "엄마, 매워..."라고 말할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평소 그리 좋아하던 바나나도 먹고 싶어서 손에 들었지만, 아파서 핥아먹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결국 모든 음식을 눈으로만 보고 먹지 못하는 아이가 울기만 하는 날이 하루 이틀 생겨 났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수족구는 전염성이 강하니 어린이집은 최소 일주일은 쉬는 게 좋아요."라고 하셨고, 먹지 못하니 탈수 증세가 있을지도 몰라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이틀간 아이는 열이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기를 반복했고, 물집은 발가락 사이에도 생겨 점점 퍼졌습니다. 다행히 수포는 곪지는 않고 말라가기 시작했지만, 입 안 통증은 스프레이 치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힘들게 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부드럽고 자극 없는 죽, 미음, 바나나 간 것, 요플레 등을 시도했고, 얼린 배즙이나 찬 물을 조금씩 떠먹여 가며 수분을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병원에서는 이 병이 한 번 걸리면 면역이 생기긴 해도, 다양한 바이러스형이 있어 재발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손 씻기와 위생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약으로 빨리 낫는 병이 아니기에, 부모의 차분함과 기다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먹이고, 재우고, 닦아주고 - 집에서 해준 케어법

수족구에 걸린 아이를 돌보는 일은 단순한 간호를 넘어, 하루 종일 '눈치'와 '인내'의 연속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먹이는 일이었습니다. 입안에 무언가 먹었을 때 아픔이 생각이 나는 건지 좀처럼 먹질 않아 너무 걱정되었습니다. 처음 며칠은 배즙이나 시원한 물을 작은 스푼으로 떠먹이며 시작했습니다. 이후 시원한 요구르트를 티스푼으로 주고, 아기가 입안에 넣은 채 스스로 넘길 때까지 기다려주었습니다. 시간이 걸렸지만 억지로 먹이기보다는 아이의 속도에 맞춰 기다려주는 게 중요했습니다. 꿀물이나 배즙도 목을 조금 편하게 해 줘서 도움이 되었고, 찬 바나나를 으깨서 먹인 날에는 아이가 잠깐이나마 미소를 보여주었습니다. 잠재우는 일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통증 때문에 잠결에도 깨서 칭얼대기 일쑤였고, 열 때문에 체온을 확인하고 해열제를 시간에 맞추어 먹였습니다. 잠시라도 곤히 자는 모습이 제게 가장 큰 위안이었고, 그나마 다음날 버틸 수 있는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닦아주는 일, 즉 위생 관리도 빠뜨릴 수 없었습니다. 수족구는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수포를 만지지 않도록 하고, 손을 자주 씻게 했습니다. 아직 어리니 손을 비비거나 얼굴을 만질 수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손을 닦이고, 장난감과 수건도 따로 분리하여 관리했습니다. 수포 부위는 상처가 나지 않도록 편안한 옷을 입히고, 통풍이 잘되게 얇은 이불만 덮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열이 가라앉고 아이의 눈빛도 조금씩 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무기력했지만 하나씩 아이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케어하다 보니 저도 엄마로서 조금 더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수족구는 시간이 필요한 병이지만, 그 시간을 함께 견디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큰 힘이 되어 준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수족구염은 단지 열과 물집의 병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 식습관, 수면 등 모든 생활을 흔드는 시련이었습니다. 특히 처음 겪는 부모에게는 낯설고 무서울 수 있지만, 천천히 아이의 속도를 따라가며 돌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불편함을 이해해 주고, 억지로 먹이거나 채우지 않으려 애썼던 시간들이 결국 회복으로 이어졌습니다. 혹시 지금 같은 상황에 놓인 부모님이 계시다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보다 훨씬 강하고, 부모는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