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가 온통 변수의 연속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밥을 잘 안 먹거나 잠을 안 자고, 대변을 며칠째 보지 않을 때마다 걱정이 쌓여갑니다. 하지만 생활 루틴이 조금씩 잡히기 시작하면서 아이도, 엄마 아빠도 한결 여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우리 아이가 잘 적응해 온 수면, 식사, 배변 중심의 루틴 TOP3을 직접 키우며 경험한 방식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잠투정에서 숙면까지, 하루의 리듬을 만드는 첫걸음
아기에게 수면 루틴이 중요한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실천하려니 쉽지 않았습니다. 낮잠이 들쑥날쑥하거나 밤잠에 들기까지 한참 걸릴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면 시간대부터 고정해 보기로 했습니다. 저녁 8시 반에서 9시 사이, 조명을 어둡게 하고, 자장가 대신 차분한 음악을 틀어놓고, 책 한 권 읽어 주며 '이제 잘 시간'이라는 말을 해주며 신호를 매일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시하듯 놀다 옆에 와서 잠이 들었지만, 3주 정도 지나자 아이 스스로 그 시간쯤 되면 자리에 누워 조용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낮잠 역시 점심 먹고 1시간 뒤 시간대를 맞추고, 가능하면 침대나 낮잠 전용 매트에서 자도록 유도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낮잠과 밤잠 환경을 구분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낮에는 커튼을 살짝 열어 자연광이 비치도록 했고, 밤에는 완전 어둠에 가까운 환경으로 조성했습니다. '자기 전에 놀았던 장난감은 잠시 치우기', '하루 마무리 노래 부르기', 낮잠 전에 짧은 포옹하기' 등 작은 행동들도 루틴으로 반복되자 아이는 그 신호에 익숙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아이의 생체 리듬을 먼저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했고, 그 리듬에 맞춰주려 하니 잠투정도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또 가장 중요했던 것은 잠자기 전 화면 노출 줄이기였는데, 저는 최소 1시간 전부터 모든 스크린을 끄고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했습니다. 가족 모두가 협력해주니 아이도 훨씬 빠르게 잠드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식사 시간은 훈육이 아닌 경험입니다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오늘은 또 뭘 만들어야 하나'보다 더 고민되었던 것은 아이가 제때 먹지 않으려 할 때였습니다. 하루 세끼가 아니라 한 끼만 먹고도 끝내려 하기도 하고, 이유식 숟가락만 봐도 고개를 돌리는 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해진 시간, 아침 9시, 점심 12시, 저녁 6시에 식사 시간을 유지하며, 식사 전에 '먹을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반복했습니다. 예를 들어 식탁에 앉기 전 손 닦기, 식탁에 안자마자 이름을 불러주고 눈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집중도가 달라졌습니다. 또한 한 자리에 오래 앉기 어려워하는 아이를 위해, 식사는 15분 내외로 짧게 끝내되, 식사 시간에는 TV나 장난감을 되도록 멀리 두었습니다. '밥을 먹는 시간은 다른 활동과 구분된다'는 인식이 들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가끔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거나, 밥을 먹기를 거부할 경우에는 한번 정도 틀어주기는 했습니다. 새로운 재료를 도입할 때는 작은 양으로 시작하고, 전날 먹었던 재료와 섞어 익숙함을 유지했습니다. 거부하는 날에는 억지로 먹이지 않고, "괜찮아, 다음에 먹어보자"하며 자연스럽게 넘겼습니다. 그렇게 식사 시간은 '훈육'이 아닌 '함께 하는 경험'으로 바뀌었고, 아이도 점점 긍정적인 태도로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끔은 요리를 하는 중 아이도 직접 뒤집게를 잡아보게 하거나 밥을 떠보게 하는 등 식사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변을 보는 것도 연습이 필요해요
배변은 사실 수면과 식사보다 루틴화가 가장 늦어진 영역이었습니다. 이유식 이후부터 배변 간격이 일정하지 않았고, 아이가 변기에 앉는 것을 거부하는 시기도 많았습니다. 저는 우선 시간을 정해놓고(주로 저녁 식후나 저녁 샤워 전) 배변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매번 기저귀를 열어보며 '응아 할 시간이야~'라고 말을 하며 습관처럼 해주었습니다. 그 시도를 반복하면서 아이가 편안하게 일을 볼 수 있도록 '노래', '스티커', '같이 손잡기' 같은 작은 보상도 해주었습니다. 아이가 실제로 대변을 보면 "우와~ 잘 봤네! 할 수 있다!"하고 꼭 안아주며 칭찬을 잊지 않았습니다. 또 아이가 대변을 본 날에는 이유식 재료와 수분 섭취량을 기록하며 패턴을 분석해보기도 했습니다. 특히 물 섭취가 부족한 날에는 변이 단단해지거나, 토끼똥인 경우가 많아 수분 보충도 루틴의 일환으로 챙기게 되었습니다. 배변 루틴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실패해도 화내지 않는 태도'였습니다. 처음에는 기대와 달리 변을 보지 않으면 속상해 목소리가 높아질 때도 있었지만 아이도 엄마의 마음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의 눈치를 보는 행동이 보이기 시작했던 겁니다. 다시 한번 저의 마음을 단단히 부여잡고, 아이는 실수에서 배우고, 반복에서 안정을 찾는다는 것을 매일매일 되새김했습니다. 꾸준히 시도하고, 아이의 표현을 존중해 주자 어느 순간 "응가할래"라고 먼저 이야기하는 날이 왔습니다. 이후로는 아이 스스로도 자신의 신호를 조금씩 알아차리고 숨지 않고 표현하게 되면서, 배변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성공률도 높아졌습니다.
생활 루틴은 단지 시간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세상은 예측 가능하고 안전하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일이었습니다. 수면, 식사, 배변이라는 일상의 작은 루틴들이 쌓이면서 아이는 점점 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저도 육아가 조금 더 편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완벽하게 지키려 애쓰기보다, 아이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가 의미 있다는 것을, 오늘도 다시 한번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