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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남자 아이의 뇌 이야기

by 케이맘K 2025. 7. 29.

가만히 있으라면 더 움직이고, 설명해도 금세 잊는 것 같고, 감정은 갑자기 폭발하는 아들. '도대체 왜 이럴까'라는 물음이 '아, 그래서 그랬구나'로 바뀌게 된 건, 남아의 뇌 발달을 알게 된 후였습니다.

사진 출처: Unsplash / Mike Cox 잔다밭에서 놀고 있는 남아

몸이 먼저 움직이는 아이, 뇌가 말해준 힌트

아들이 가만히 있는 걸 힘들어하는 이유는 예전엔 단순히 '산만해서 그러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남자아이의 뇌는 공간지각과 운동 조절을 담당하는 부위가 여자아이보다 더 빠르게 발달하지만, 충동을 억제하는 전두엽은 천천히 자란다고 들었습니다. 즉, 몸을 움직이는 건 잘하면서도, 억제는 어려운 상태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긴 시간 조용히 앉아 있는 게 힘든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고, 자꾸 움직이려 하는 것도 뇌가 보내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책상 앞에 앉히기 전에 하루 한 시간 정도의 운동량을 채울 수 있도록 태권도에 다니게 하고, 가끔은 공원에서 아이와 천천히 산책도 합니다. 활동량이 충분히 채워진 후에야 비로소 아이가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예전처럼 "왜 이렇게 가만히 못 있어?" 하며 윽박지르던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아들의 행동을 '문제'로 보지 않고, 뇌 발달의 리듬으로 바라보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지금은 "아직 자라는 중이구나"라는 말이 저의 육아 마법 주문이 되었습니다. 신체활동이 채워지면 아이도 하루를 더 안정적으로 보내고, 저 또한 갈등의 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먼저 아이의 '지금' 발달을 이해하고 맞춰주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감정 표현이 서툰 건 아직 미완성인 뇌 때문

아들은 어떤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감정이 얼굴과 몸으로 먼저 표현합니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울컥하는 일이 딸보다 잦고, 말로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는 건 서툽니다. 예전에는 이런 모습을 '버릇없다'라고 오해한 적도 있었지만, 뇌과학을 아들 덕분에 조금씩 접하면서 감정 조절이 뇌 구조상 아직 미완성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편도체는 감정의 신호를 강하게 보내고, 전두엽은 이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지만, 남아는 이 연결이 더디게 발달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아이는 감정을 강하게 느끼면서도, 이를 조절하거나 표현할 능력은 부족했던 것입니다. 요즘은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 훈육보다 공감이 먼저입니다. "지금 화가 났구나. 그런 마음 들 수 있어" 하고 말하며 등을 토닥여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감정이 가라앉은 후에, "다음에는 이런 방법도 있어" 라고 다른 표현 방식을 알려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감정은 잘못이 아니라 표현을 배워야 할 대상이라는 걸 받아들이자, 아이의 울음과 짜증을 받아들이는 저의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그 변화는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는지, 예전보다 더 자주 " 나 지금 슬퍼" 혹은 "속상해"라는 말을 먼저 꺼내 주기도 합니다. 그 작은 표현들이 우리 사이의 감정 통로를 넓혀주는 다리가 되어 주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저는 아이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법도 조금씩 배우는 중입니다.  

짧고 명확하게, 반복은 당연하게

아들과의 약속이나 규칙은 한두 번 말한다고 기억되지 않습니다. "알았지?"라고 물으면 "응"이라 대답하지만, 행동은 기억을 못 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흐를 때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말을 안 듣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뇌 기능이 아직 발달 중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남아는 시각 정보보다 언어 정보에 대한 기억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라, 말로만 전달하면 더 쉽게 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짧고 명확한 한 문장 + 반복'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놀고 나면 장난감 정리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장난감 상자에는 간단한 그림 카드를 붙여두었습니다. 시각적 자극과 짧은 언어 지시가 만나면 훨씬 효과적이었고, 아이도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반복할 때는 짜증 내기보다 "다시 한번 같이 해보자"는 말로 유도하면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기억력이 약한 게 아니라 뇌가 배우는 중이라는 걸 알게 되니, 인내심도 자연스럽게 늘었습니다. 반복은 남아 발달에 꼭 필요한 연습이며,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는 걸 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엄마가 계속 같은 얘기 해도 괜찮아. 엄마는 네가 기억하려고 애쓰는 걸 아니까"라는 말은 요즘 제가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에게 자주 건네는 다정한 격려입니다. 

 

예전엔 아들의 행동이 '이상하다'라고 느껴졌고, 걱정과 답답함이 뒤섞인 날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남아의 뇌 발달 속도와 특성을 알게 된 이후로 그 모든 행동이 '당연한 것'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남자아이의 뇌는 여자아이와는 다른 리듬으로 자라며, 그래서 양육의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한다는 걸알 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다그치기보다 기다리고, 혼내기보다 이해하는 태도를 더 자주 선택하게 됩니다. 아이가 천천히 자라고 있듯, 저도 부모로서 조금씩 성장하는 중입니다. "아직 자라는 중인 뇌", 그 한마디가 아들의 행동을 받아들이는 저의 온도를 바꾸어주었습니다. 아이의 오늘을 이해하려는 그 마음이, 언젠가 아이의 내일을 더욱 단단하게 지지해 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