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입원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아이가 더 불안해하지 않도록 저부터 마음을 가라앉히기로 했습니다. 준비는 짐보다 마음에서 먼저 시작된다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입원 소식을 들은 순간, 부모 마음이 먼저 준비되어야 해요
아이의 입원은 단순히 병원에 가는 일이 아니라, 부모의 감정을 다잡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보다 제가 먼저 놀라고 불안했습니다. 처음에는 겁이 났습니다. '혹시 더 심각한 병이면 어쩌지?', '병원에서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면 어쩌지?' 걱정이 끝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 앞에서는 최대한 담담하려 애썼습니다. 차분하게 "며칠 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잘 치료받자. 엄마가 옆에 있을게."라고 말해줬습니다. 아이는 그 말 한마디에 훨씬 안심한 얼굴을 했습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아이는 부모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낀다는 걸 그때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아이가 편안하게 병원 생활을 보내기 위해서는 엄마, 아빠의 마음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사실 저도 속으로는 떨리고 두려웠지만, 아이가 저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괜찮아질 거야'라고 스스로 되뇌며 아이의 손을 잡고 "엄마는 너랑 같이 있을 거야"라고 말해주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8개월 된 아이와 함께 첫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이었기에 다인실과 1인실 중 어떤 병실을 선택해야 할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입원 수속으로 정신이 없었고,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찾아보려 했지만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아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저도 어리둥절한 상황에서 아이까지 챙겨야 한다는 부담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막막한 입원 준비, 아이와 보호자를 위한 필수 짐 리스트
입원을 하니 막상 챙겨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당황했지만, 하나하나 꼼꼼히 메모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챙겼던 물건은 아이의 애착 장난감과 얇은 담요였습니다. 낯선 병원 침대에 조금이라도 익숙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기저귀, 젖병, 분유, 보온병, 물티슈, 체온계, 환자복이 너무 커 아이에게 맞지 않았고, 대신 익숙한 상하복과 자잘하지만 꼭 필요한 생활용품도 빠짐없이 챙겼습니다. 아이 곁에 머물 보호자 준비물도 함께 챙겨야 했습니다. 간단한 세면도구, 여벌 옷, 간식, 작은 손세정제, 비닐봉지, 일회용 젓가락, 침구, 드라이기, 종이컵 등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짐이 너무 많아 부담스러웠지만, 여행용 캐리어에 담으니 이동이 훨씬 수월했습니다. 아이에게는 병원이 낯설고 무서운 공간일 수 있기 때문에 익숙한 물건이 곁에 있으면 아이도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다인실은 공용 공간 내에 침대도 같이 있기 때문에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거나, 아이가 울거나, 수액으로 인해 기저귀를 자주 갈아주어야 할 때마다 다른 환자나 가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모든 행동들이 조심스러웠습니다. 이틀 동안 다인실에서 생활하다 결국 1인실로 옮겼습니다. 환자인 아이와 보호자의 편안함을 우선으로 생각해서였습니다. 병원이라는 공간 자체가 낯설고 긴장되는 만큼, 다른 요소로 스트레스를 더 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이와 1인실로 옮긴 날부터 너무 편안하고 좋았고, 다른 바이러스에 의한 2차 감염 걱정도 한결 줄어들었습니다.
병원에서도 편안한 하루, 아이를 위한 작은 루틴 만들
병원 생활이 며칠씩 길어지자, 병실 안에만 있는 것이 아이에게 점점 지루하고 불안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작지만 규칙적인 일상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는 창문을 열고 인사하기, 병원 근처 산책하기, 점심 먹고 그림 그리기, 저녁에는 짧은 동화책 읽기 같은 작은 루틴을 만들어줬습니다. 힘들어하던 아이도 낯선 환경이었지만 하루의 리듬이 생기니 아이의 기분도 훨씬 안정되었고, 병원 생활이 훨씬 부드럽게 흘러갔습니다. 몸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불안하면 회복도 더뎌지는 것 같았습니다. 작고 익숙한 루틴이 아이의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주는 힘이 되었습니다. 예측 가능한 하루가 반복되면서 아이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습니다. 엄마인 저에게도 작은 루틴이 아주 큰 도움이 되어 주었습니다. 아프지 않은 보호자인 저에게도 병원 생활은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럴 때 아이와 함께 쉬어보자는 마음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받아 아이처럼 링거도 맞고, 병실에만 있으면 좋지 않을 것 같아 아이와 함께 병원 밖으로 산책을 나가며 햇볕도 보고, 저녁에는 함께 책도 읽으며, 아이의 병간호를 위해 제 몸 상태도 신경 쓰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저의 건강이 아이의 회복에 영향을 준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병원 입원은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안에는 아이와 함께 깊이 연결되고,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모든 걸 완벽히 준비하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함께'라는 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도, 저도 그 마음 덕분에 한 뼘 더 자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