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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거짓말, 나를 속이려는 게 아니라...

by 케이맘K 2025. 7. 28.

아이의 입에서 처음으로 '거짓말'이 나왔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나를 속이려는 걸까, 아니면 그냥 아이의 상상일까? 화부터 내기 전에 아이의 거짓말 속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 시간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사진 출처: Unsplash / viswaprem anbarasapandian 피노키오 인형 장식

거짓말? 아니, 그냥 상상한 걸 말한 거래요

처음 아이가 "오늘 유치원에서 진짜 공룡 봤어!"라고 했을 때는 귀엽게 넘겼습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답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아이는 진지하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고, 점점 그 이야기는 더 구체적으로 변해갔습니다. "엄마, 공룡은 노란색이었고 내가 손도 만졌어."라고 말하는 순간 '이걸 어떻게 받아줘야 하지?'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냥 상상인가, 아니면 일부러 지어내는 걸까? 의아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신나게 말하는 모습이 거짓말을 하는 듯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는 누군가를 속이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저 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을 이야기했을 뿐이었던 겁니다. 저는 그날 아이에게 "정말 신기한 일이 있었구나. 정말 공룡이랑 놀다 온 기분이었겠구나."라고 말해주었고, 아이는 기분 좋게 웃었습니다. 그 뒤로도 아이는 종종 엉뚱하고 기발한 말을 했지만, 저 역시 그 말 뒤에 숨은 마음을 들여다보려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사실 여부보다, 아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었는지를 이해해 주는 거라는 걸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아이의 '거짓말' 같았던 말은, 결국 풍부한 상상력과 감정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이었던 것입니다. 

'안 했어!' 그 말 뒤에 숨은 감정

어느 날, 아이가 조용히 책장을 보다가 책 한 권을 찢어놓았습니다. 가위와 찢긴 페이지, 그리고 무언가 감춘 듯한 아이의 눈빛. "이거 누가 그랬어?"하고 물었더니 아이는 단호하게 "나 아냐"라고 말했습니다. 상황이 너무 분명해서 순간 화가 치밀었고, '왜 거짓말을 해?'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뻔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눈망울이 흔들리는 걸 보며 잠깐 멈췄습니다. 잠시 뒤 아이는 작게 속삭였습니다. "엄마가 화낼까 봐 무서웠어." 그 말을 듣고 나니 처음 느꼈던 화가 사라지고, 오히려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이가 잘못을 숨긴 게 아니라, 무서움을 숨기기 위해 말도 함께 감춘 것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아이의 거짓말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만 여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말 뒤에 숨은 감정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화내기 전에 "혹시 그랬는데 말하기 무서웠을 수도 있어?"라고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점점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게 되었고, 가끔은 "내가 그랬어, 그런데 무서웠어"라고 스스로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아이는 그 나름대로 상황을 피하려고 방어한 거였고, 사실 그건 우리가 어른이 되어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아이의 거짓말은 단순히 '진실을 왜곡하는 행동'이 아니라, 감정이 보내는 신호였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아이는 나쁜 아이가 아니라, 아직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었을 뿐입니다. 

거짓말도 성장의 한 과정이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는 점점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무조건 "아니야, 안 했어"라며 도망쳤던 아이가, 어느 순간 "내가 실수했어"라고 먼저 말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 말 한마디를 듣는 순간, 울컥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솔직해지는 모습이 너무 기특했습니다. 거짓말을 덜 한다는 건, 아이가 점점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처음엔 아이의 거짓말이 걱정스럽고, 어디까지 용납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이의 거짓말은 '진실을 감추려는 의도'가 아닌 '감정과 상황을 조절하는 미숙한 방법'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전문가들도 유아기의 거짓말은 대부분 상상, 두려움, 호기심, 혹은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다시 거짓말을 했을 때도,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려줄래?"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대답은 때로는 웃음을 자아냈고, 때로는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는 그저 자기도 왜 그렇게 말했는지 잘 몰랐다고 했습니다. 거짓말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진심을 말해도 괜찮다고 느낄 수 있는 경험이 쌓일 때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아이는 그 속에서 솔직함을 배웠고, 저는 그 과정을 기다리는 연습을 배웠습니다. 결국 거짓말은, 아이가 성장하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다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아이의 거짓말을 들으면 마음이 별로 좋지 않고, 조급해졌습니다.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순간 아이의 마음보다 행동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말을 고치기보다,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이 숨어 있는지를 먼저 들여다보려 합니다. 아이는 자라며 실수도 하고, 감정도 서툴게 표현합니다. 그걸 통해 아이는 자기를 조금씩 알아가고, 저도 부모로서 아이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거짓말은 아이가 자라는 과정 중 하나였고, 오히려 우리 사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경험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