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단순한 떼쓰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반복되는 등원 거부, 울음, 짜증, 낯선 행동들은 분명한 '신호'였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힘들어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이의 작은 행동에 귀 기울이며, 함께 겪고 깨달은 '아이 마음 읽기'의 여정을 담아보았습니다.
낯선 아침, 아이에게는 작별의 순간
아침마다 울음을 터뜨리며 "가기 싫어"를 외치는 아이의 모습을 처음에는 그저 투정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매일 아침은 아이에게 작은 작별의 순간이었습니다. 아이는 아직 스스로 감정을 언어로 정리하기 어렵기에, 몸짓과 울음으로 표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잠이 부족했거나 전날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던 날에는 이별의 불안이 더 크게 다가왔을 겁니다. 익숙해진 아침 루틴도 어른의 시선일 뿐, 아이는 매일 다른 감정을 안고 등원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맞이해야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침의 속도를 늦추기로 했습니다. 10분 먼저 일어나 여유를 만들고, 아침 산책이나 좋아하는 동요를 함께 하며 감정의 틈을 메웠습니다. 단순한 준비 시간이 아닌, 마음의 균형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거죠. 아이의 느린 걸음에 맞춰 함께 걸어주는 그 시간이, 하루의 시작을 훨씬 부드럽게 만들었습니다. 이후로는 아침이 단지 '출발 전 준비 시간'이 아닌, 아이의 감정에 다가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여겨졌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작은 변화들이 아이 마음에도 조금씩 온기를 불어넣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 시간을 통해 아이는 안정감을 얻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시간을 아이와 진심으로 함께 하려는 저의 태도였습니다.
아이가 보내는 감정의 언어, '거부'
아이가 평소와 다르게 자주 짜증을 내거나, 좋아하던 놀이에도 무관심해지고, 밤마다 잠을 거부하며 아침이 오는 걸 두려워할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울 아들 왜 이러지?"와 같은 질문을 했지만, 아이는 더 말이 없어졌습니다. 그때부터 질문을 바꿨습니다. "오늘 기분이 어땠어?"라고 물었더니, 아이는 조금씩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수업시간 엄마가 갑자기 보고 싶은 순간, 친구와 있었던 다툼, 낮잠이 싫었던 이유까지 아이의 마음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말보다 중요한 건,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렸던 마음을 펴기 시작했습니다. 등원 거부는 오히려 아이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 되어주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행동보다 감정에 먼저 반응하려 노력했습니다. 아이가 뿌리치는 그 순간조차도 "무슨 감정을 숨기고 있을까"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고,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해 주었습니다. 매일의 일상 속에서도 아이가 보내는 감정의 언어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아이와의 신뢰를 조금씩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결국 그 모든 감정은, 아이가 믿고 기댈 어른이 필요하다는 메시지였던 것 같습니다.
강요보다 연결, 함께 만든 등원 루틴
등원을 거부할 때마다 저는 어떻게든 아이를 설득하거나 달래려 했습니다. 간식이나 장난감, 작은 약속들도 일시적인 위안일 뿐, 아이의 깊은 불안을 해결하긴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보내느냐'보다 '어떻게 함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려주고, 등원 이야기를 굳이 꺼내지 않고, 아이의 감정에 집중했습니다. 아침마다 손등에 하트를 그리고 "여기에 엄마 마음 있으니까 힘들면 꼭 봐"하고 속삭여 주고, 좋아하는 동요를 함께 부르며 출발하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늦게 등원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도 여유를 주었습니다. 하루하루 쌓인 이 작은 루틴들이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어느 날부터 스스로 신발을 신고 가방을 메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강요를 멈추고 연결을 선택하자, 아이는 스스로 준비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아이와 나만의 리듬을 만들면서, '오늘도 괜찮을 거야'라는 작은 믿음이 아이의 하루를 지탱해 주었습니다. 아이가 통제감을 느끼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준비된 등원'이었습니다. 그 루틴은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고, 하루를 차분하게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정감은 점차 아이 스스로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등원 거부는 문제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정과 어려움을 표현하고 있었고, 저는 그것을 이해하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었습니다. 때로는 부모의 조급함을 내려놓고,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더 깊은 신뢰를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느려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의 마음을 함께 들어주는 '오늘'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하루하루가 모여, 결국 아이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