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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끄면 울어요 - 우리 아이, 영상 끊기 훈련기

by 케이맘K 2025. 7. 19.

"5분만 더 보면 안 돼?" 영상만 끄면 울음을 터뜨리는 우리 아이. 처음에는 조용히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짜증과 집착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영상 없이도 일상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훈련을 시작하게 된 계기, 시행착오, 그리고 조금씩 변해가는 아이의 모습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님께 작은 위로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진출처: Unsplash / Vitaly Gariev 영상보는 유아 가족

처음엔 괜찮았어요 - 영상에 익숙해진 시작

처음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준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이유에서였습니다. 집안일을 하거나, 밥 먹여야 할 때 잠깐 동안 아이를 조용히 집중시키는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동요나 색감이 예쁜 그림책 읽기 영상 위주였고, 아이도 그걸 보며 깔깔 웃고 따라 하니 오히려 교육적인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던 게 시작이었습니다. 10분이 20분이 되고, 어느새 영상이 하루의 일부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한 편을 다 보고 나면, 더 보여달라고 조르는 일이 반복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두세 번, 영상이 일상처럼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없으면 안 되는' 무언가가 되어버린 겁니다. 영상이 꺼지는 순간 울음부터 터지고, 다시 켜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내기 시작했을 때, '이건 뭔가 균형이 무너져버렸다'는 걸 느꼈습니다. 특히 다른 놀이에는 흥미가 줄고, 책을 펼쳐도 흘끗 보기만 한 채 "TV 볼래"라고 외칠 때는 마음이 좀 불안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시작한 영상틀기였지만, 아이의 화면 몰입이 깊어질수록 일상은 점점 더 단조롭고 예민해졌습니다. 아이에게 영상이 단순한 재미를 넘어 하나의 위안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영상에 대한 경계를 분명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영상은 잠깐의 도우미일 순 있지만, 아이의 마음을 채워주는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영상 줄이기, 이렇게 시작했어요

어느 날부터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제는 훈련이 필요하다'라고 느꼈습니다. 처음 시도한 건 시간제한이었습니다. "오늘은 이거 하나만 보고 끝이야"라고 예고를 해두었고, 영상이 끝나면 함께 타이머 알람을 들으며 시청 종료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끄는 순간을 예고해 주는 것과, 그 후 무엇을 할지 미리 정해주는 거였습니다. 예를 들어 "이거 끝나면 영상에 나왔던 것 블록으로 만들어보자" 또는 "그림책 보면서 동물 찾기 놀이할까?"처럼, 영상이 끝나도 재미가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을 시도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울고 떼쓰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는 "엄마도 아쉬워. 하지만 약속한 만큼만 보자"하고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면서도, 약속은 지키는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려 애썼습니다. 또 한 가지 효과 있었던 것은 신체 활동 시간을 좀 더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유치원이 끝나면 바로 태권도 학원을 가게 시간표를 조정하고, 매일 1시간씩 신체 활동을 하도록 했습니다. 집에서는 하루 1시간만 영상 시청이 가능하도록 정해두니, 아이도 그 규칙에 조금씩 적응해 갔습니다. 특히 신체활동이 날마다 이루어지니 집에 오자마자 리모컨을 바로 잡지는 않고,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영상을 볼 때도 옆에서 함께 이야기하며 시청했고, 시청 후에는 꼭 대화를 나누며 연결감을 이어갔습니다. "아까 티라노가 무엇을 했지?" "왜 트리케라톱스가 울었을까?" 같은 질문을 하며 그림을 그리고,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았지만, 매일 조금씩 반복하다 보니 아이도 점차 '영상은 정해진 만큼 보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영상 줄이니 생긴 변화들

하루 2시간 또는 4시간 가까이 보던 영상을 1시간으로 줄이는데, 처음에는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습니다. 아이가 어색해하고, 무얼 해야 할지 몰라서 "심심해..."를 반복했습니다. 저 또한 그 시간 동안 어찌 보내야 할지 고민이 컸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놀라운 변화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아이가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블록을 꺼내 "엄마, 나 이거 해볼래"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전에는 영상을 끄면 뭘 해야 할지 모르던 아이였는데, 영상이 없으니 상상력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습니다. 퍼즐을 꺼내 스스로 맞춰보고, 평소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색연필로 끄적이며 혼자만의 세계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집중 시간도 길어졌고, 본인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영상에만 반응하던 눈빛이 점점 더 다양한 자극에 반응하며 열리는 듯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던 장난감과 놀이들이 다시 살아났고, "이거 하고 나서 책 읽을래"처럼 활동을 스스로 계획하기도 했습니다. 정서적으로도 이전보다 덜 예민해졌고, 잠들기 전 자연스럽게 오늘 했던 일에 대해 대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영상을 틀어줘도 영상만 보는 것이 아닌 그 속에서 본인의 창작물을 만들 거리를 찾는 것 같았습니다. 영상 줄이기는 단순히 화면을 치운 것이 아니라, 아이 안의 또 다른 세계를 여는 시작이었습니다. 

 

영상을 끊는다는 것은 단순히 기계를 끄는 일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과 습관을 함께 조율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매일 반복된 작은 실천들이 결국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아직도 완벽하지 않지만, 이제 우리 아이는 '영상 없이도 충분히 행복한 아이'로 자라고 있습니다. 그 작은 변화는 우리 가족 모두를 조금 더 단단하게 성장시켜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