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열이 오른 아이. 체온계에 39.2도가 찍혔을 때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무조건 해열제를 먹여야 할까? 아니면 병원에 가야 할까? 너무 고민이 되고, 처음이라 너무 당황했지만, 여러 번 겪고 정보를 찾으며 나름의 기준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고열 상황에서 부모가 알아두면 좋은 핵심 대응법을 정리한 내용이 되겠습니다.
고열은 몇 도부터? 체온 측정 기준 정리
아기에게 열이 날 때 "도대체 몇 도부터 고열인가요?"라는 질문을 부모라면 누구나 하게 됩니다. 소아청소년과 기준에서 고열은 보통 체온이 38.5도 이상일 때로 봅니다. 그러나 단순히 수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체온을 어디서 쟀는지, 아이의 연령이나 상태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겨드랑이 체온은 구강이나 항문 체온보다 0.3~0.5도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겨드랑이로 측정해서 38.5도 이상이 되면 실제로는 더 높은 고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기준은 만 3개월 미만 영아의 경우입니다. 이 시기의 아기는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37.5도만 넘어도 병원 진료가 권장됩니다. 반면, 6개월~24개월 사이 아기는 열이 있어도 활력이 있다면 집에서 지켜보기도 합니다. 즉, 숫자만 보지 말고 열이 얼마나 빨리 오르는지, 아이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를 함께 관찰해야 합니다. 체온은 반드시 동일한 위치에서 3번 이상 측정하고, 가장 높은 수치를 기준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열이 있는 동안은 2~3시간마다 체온을 다시 측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잠잘 때도 지나치게 땀이 나거나 몸이 뜨거워지면 체온이 올라간 신호일 수 있습니다. 부모가 불안하면 체온계로 자주 체크하되, 아이가 자고 있을 때는 억지로 깨우기보다는 촉감과 호흡, 땀, 숨소리 같은 전신 상태를 함께 관찰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열제, 아무 때나 먹이면 안 돼요
아기가 열이 나면 대부분 부모는 해열제부터 찾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고열에 해열제를 무조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열제는 증상을 줄여주는 '보조 수단' 일뿐, 열의 원인을 치료해 주는 약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체온이 38.5도 이상이고, 아이가 힘들어하거나 식욕·활동량이 급격히 떨어졌을 때 해열제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해열제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과 이부프로펜(부루펜)이 대표적입니다. 체중 기준으로 정확히 계산하여 복용시켜야 하며, 아이의 나이와 증상에 따라 선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세트아미노펜은 위장에 부담이 적어 공복에도 복용이 가능하지만, 이부프로펜은 식후에 복용해야 하며 탈수 상태일 때는 피해야 합니다. 또한 두 약은 최소 4시간 간격을 두고 복용하고, 하루 총용량도 넘기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열만 보고 해열제를 남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체온이 일시적으로 높아도 아이가 잘 놀고 밥도 먹는다면, 해열제 없이 관찰하여 충분한 수분 공급과 휴식을 우선으로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해열제는 편안한 회복을 돕는 도구일 뿐, 열을 무조건 없애야 할 '적'이 아니란 걸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아이의 반응을 세심히 살피며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병원은 언제 가야 할까? 고열 속 위험 신호
아기의 열이 쉽게 내려가지 않거나, 열이 계속 오르내릴 때 병원을 방문해야 할 타이밍을 정확히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열이 3일 이상 지속되거나, 해열제를 사용해도 38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다시 오르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병원 진료가 필요합니다. 특히 만 6개월 미만 아기일 경우, 열이 2일만 지속돼도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가장 조심해야 할 상황은 고열과 함께 다른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열이 높으면서 의식이 흐려지거나 눈이 풀리고, 경련(열성경련)이 나타나는 경우, 또는 호흡이 이상하거나 숨소리가 거칠고 빠를 때는 반드시 응급실로 바로 이동해야 합니다. 또 아이가 평소와 달리 식욕이 전혀 없고, 물도 잘 마시지 않으며, 축 처져서 자꾸 누우려고 한다면 열 때문만은 아닐 수 있으므로 검사가 필요합니다. 많은 부모들이 해열제를 주고 조금만 좋아지면 '괜찮아졌나 보다'하고 안심하지만, 열의 지속성과 반복성, 전신 증상을 반드시 함께 봐야 합니다. 특히 밤에 열이 오르기 쉬운 아이들은 밤새 체온을 체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두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불안할 때는 병원이나 119, 1339(질병관리청)등으로 문의해서 정확한 조언을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합니다. 무리하지 말고,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고열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지만, 그 순간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늘 조마조마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열이라는 증상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변수와 판단이 필요하다는 걸 아이를 키우며 매번 실감하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 정리한 기준들이 급할 때 당황하지 않고, 조금 더 침착하게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의 컨디션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부모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정보에 휘둘리기보다는 기준을 가지고 지켜보는 힘을 차근차근 길러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이 조금은 덜 불안한 밤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