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라고만 생각했던 아이의 쉰 목소리,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자 걱정이 커졌습니다. 병원에서 '유아 성대결절'이라는 생소한 진단을 받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후의 일상과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감기인 줄 알았던 쉰 목소리, 놓치기 쉬운 성대결절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으레 목이 쉬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며칠 지나면 나아지겠지 싶었지만 이상하게 목소리가 돌아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자주 쉬는 일이 반복되자 마음이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노래 부르기와 공룡소리 흉내내기를 좋아했는데, 부를 때마다 끝부분에서 목소리가 갈라지며 애써 소리를 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목이 아프지 않다 했고, 스스로 말을 줄이거나, 목소리 톤을 낮추는 일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녁 즈음이면 갈라지는 목소리를 들으며 '왜 소리가 잘 안 나지?'하고 물어보곤 했습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목소리가 더 심하게 쉬어있거나, 하루를 보내며 점점 나빠지는 걸 보며 감기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아과에서는 큰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결국 이비인후과에서 성대를 살펴본 결과 "유아 성대결절 초기 증상일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성대에 굳은살이 보이며, 목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그제야, 네 살이 된 아이의 쉰 목소리가 단순한 감기 때문만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고, 더 일찍 알아채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아이는 말을 할 때 목에 힘을 주거나, 목소리 톤이 높아지는 습관이 있었고,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 맑고 고운 어린 시절의 목소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목소리가 그리울 뿐입니다.
말을 줄이고 눈빛으로 소통하는 시간
의사 선생님은 아이가 말을 줄이고 성대를 되도록 쉬게 해줘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말하는 걸 좋아하고, 엄마에게 했던 이야기 아빠에게도 꼭 한 번 전하는 아이에게 '목을 아껴 써야 해'라고 말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도 힘들어했습니다. 속상해하면서도 '소곤소곤 말해줘'라는 제 부탁을 들어주려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습니다. 억지로 말하지 않게 하기보다는, 말하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리 둘만의 비밀 손짓을 만들어볼까?"라고 물었더니 눈을 반짝이며 좋아했습니다. 손가락 하트, 양손 흔들기, 고개 끄덕이기 같은 간단한 동작을 정해 놓고 표현하니, 아이도 게임처럼 즐기게 되었고 저도 대화가 가능하다는 데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아이에게 답답함을 참으라고 강요하는 대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게 돕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 덕분에 둘 사이에 눈빛 대화와 웃음이 많아졌고, 말을 줄이면서도 오히려 감정 표현은 더 풍성해졌습니다. 말은 없었지만, 더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말보다 마음을 나누는 방법이 있다는 걸, 저는 아이를 통해 다시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침묵 속에서도 아이는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느끼고 있다는 게 보였습니다.
조용한 일상 속에서도 아이는 자라고 있어요
말을 아껴야 한다는 건 아이에게도 저에게도 쉽지 않았습니다. 소리 내어 노래를 부르지도 못하고, 책 읽어주기도 조심스러워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용한 일상 속에서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오디오북으로 책을 듣고, 그림을 그리고, 글로 마음 표현하고, 퍼즐 맞추는 등 말을 줄이는 놀이들로 하루를 채워갔습니다. 낮에는 햇살 아래 자연을 느끼며 산책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지루해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조용한 시간을 스스로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하루하루 지나며 아이 얼굴이 더 편안해졌고, 감정도 훨씬 차분해 보였습니다. 오디오북 덕분인지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스스로의 감정에 더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쉰 목소리는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감정 표현은 더 섬세해졌다고 느껴집니다. 초등학교의 노래 수업이나 책 읽기 활동으로 인해 다시 목소리가 쉬는 날도 생기곤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의 성대도, 마음도 천천히 회복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처음 이비인후과 검진을 받은 이후의 조심스러운 시간들은 아이에게 소중한 쉼이었고, 저에게는 육아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꼭 필요한 조용함 속에서도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목소리가 점점 쉬어갈 때, 저의 마음도 함께 조여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 시기는 아이에게도, 저에게도 필요한 멈춤이었는지도 몰라요. 말을 줄인 만큼 눈빛을 더 많이 마주치고, 조용한 시간 속에서 더 단단한 연결을 만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유아 성대결절은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게 해 준 특별한 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