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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못 펼칠 만큼 아팠던 아이, 우리 집 첫 장염 이야기

by 케이맘K 2025. 7. 18.

매일 책을 읽으며 웃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기운 없이 축 늘어졌습니다. 코도 막히고, 밥도 안 먹고, 물도 거부하더니 하루 종일 소변을 보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감기인가 싶었지만 병원에서는 장염이라 진단을 받았습니다. 처음 겪는 아이의 장염이었기에, 부모로서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때 장염 증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병원에서는 어떤 조언을 받았는지, 그리고 집에서 어떻게 회복을 도왔는지를 담았습니다. 지금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부모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남깁니다.

사진 출처: Unsplash / Igordoon Primus 침대에 자고 있는 유아

감기인 줄 알았어요 - 유아 장염 증상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아이의 이상 징후는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평소 아침마다 책장을 넘기던 아이가, 바닥에 축 늘어져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던 모습이 낯설었습니다. 기운이 없고, 얼굴이 평소보다 창백해 보여 걱정되었습니다. 밥도 거의 안 먹고, 좋아하던 간식도 거부하더니  하루 종일 소변을 보지 않아 걱정이 깊어졌습니다. 코에서는 콧물이 주르르 흐르고, 눈가는 촉촉했으며, 점점 더 축 처지는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감기인가 싶었습니다. 기침도 없고 열도 없었지만, 평소와 너무 다른 반응에 '혹시 다른 바이러스인가?' 하는 불안함이 밀려왔습니다. 밤에는 자주 깨며 보채고, 물도 마시기 싫어해서 탈수가 걱정되었습니다. 새벽부터, 구토와 설사가 반복되었습니다. 손발이 차지고, 입술이 바짝 마른 것을 보고 다음날 아침 병원에 오픈런을 했습니다. 아이는 아직 몸 상태를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의 직감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아이의 작고 미세한 변화에도 귀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평소보다 조금이라도 기운이 없거나, 행동이 다르면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항상 아침마다 정해진 루틴 마냥 그림책을 펼치던 아이가 그림책에 손을 대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 뭔가 이상하다.'는 감이 왔습니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아이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몸 상태를 표현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말 대신 행동으로 보내는 신호를 부모가 얼마나 민감하게 캐치하는 가가 중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병원에서는 이렇게 말했어요 - 진단과 대처법

소아과에 도착하자마자 의사 선생님은 배를 눌러보시고는 아이의 증상을 듣더니 "장염입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장염이라는 단어를 듣자 당황스럽고 마음이 급해졌지만, 선생님은 오히려 차분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대부분 유아 장염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손이나 입, 장난감 등을 통해 감염되며, 갑작스럽게 구토나 설사로 시작된다고 하셨어요. 특별한 항생제보다 중요한 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식사를 조심하는 거라고 하셨어요. 설사를 억지로 멈추는 약보다는, 탈수를 막기 위한 전해질 음료를 처방해 주셨고, 하루에 수차례 소량씩 먹이는 게 좋다고 안내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운을 차릴 수 있게 조금씩이라도 먹여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전에는 굶겨야 낫는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우선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매 끼니가 아니라, 매 순간을 '한 숟가락의 회복'이라 생각하며 아이와 같이 지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너무 깔끔하려 하지 마세요'라는 말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집안이 무균실이 될 수 없다고 하시며, 평소 장난감이나 손 씻기를 꾸준히 해주는 게 가장 현실적인 예방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저처럼 아이가 아프면 나 자신을 자책하게 되는 부모들이 많다며, "아이가 아프다고 부모가 잘못한 게 아니에요"라고 따뜻하게 말해 주시는데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위로를 받았고, 저 또한 아이를 더 안정된 태도로 돌보게 되었습니다. 

회복까지 며칠 걸렸어요 - 음식과 엄마표 간호법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저는 맑은 쌀미음을 끓였습니다. 평소에는 쌀죽도 잘 먹던 아이였지만, 첫날은 거의 아무것도 넘기지 못했습니다. 억지로 먹이면 오히려 토할까 봐, 아이가 스스로 입을 벌릴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미지근한 물을 조금씩 컵에 따라놓고, 보일 때마다 자연스럽게 마시게 유도했습니다. 배에는 따뜻한 수건을 얹어주고, 자는 동안에도 곁을 지켰습니다. 혹시나 모르는 구토나, 설사가 있을 때를 대비해서 말입니다. 밤새 몇 번이고 이불을 갈고, 작은 소리에 깨는 일도 있었지만, 아이가 조금이라도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뿐이었습니다. 둘째 날이 되자 쌀미음을 조금씩 받아먹기 시작했고, 셋째 날에는 장난감에 관심을 보이더니, 그날 저녁에는 스스로 그림책을 꺼내는 것이었어요. 그 순간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릅니다.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4~5일이 걸렸고, 그동안 저는 무조건 아이 옆에 머물렀습니다. 아이는 몸이 아파도 부모의 반응을 그대로 느끼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장염을 겪으면서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말, 부드러운 음식, 그리고 조용한 기다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후 며칠은 간식을 주지 않고, 바나나, 찐 감자, 된장국, 생선처럼 소화 잘되는 음식 위주로 식단을 조절했습니다. 회복해도 갑자기 평소 식사량으로 돌아가게 되면 장에 무리가 온다고 했습니다. 저는 하루하루 관찰하며, '오늘은 어떤 음식을 조금 더 늘려볼까?' 고민하며 식단을 짰습니다. 아이 옆에서 가장 주의 할 점은 바로 엄마의 건강입니다. 아이를 간호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아이의 수건을 쓰게 되거나 하면서 위생에 빈틈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엄마도 아이처럼 장염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 또한 아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결국 저도 이틀째 되는 날, 같은 증상으로 병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엄마는 아이와 같은 바이러스에 노출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겠습니다.

 

아이의 장염은 부모로서 성장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무기력한 아이를 보며 속이 타들어 갔고, 어떻게든 빨리 낫게 하고 싶어 마음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장염은 아이 스스로 이겨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봐 주고, 기다려주고, 사랑으로 감싸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조금씩 회복해 갔습니다. 아이가 책을 다시 꺼내고 웃음을 되찾았을 때, 그 시간이 단지 아픈 날이 아니라 서로 더 가까워졌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혹시 지금 같은 장염을 겪고 계신 부모님이라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는 생각보다 강하고, 엄마 아빠의 마음은 그 어떤 약보다 따뜻한 회복제가 된다고 생각됩니다.